혹시 가끔 이륜차를 운전하여 전용도로에 들어가곤 하십니까?

길을 가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전용도로에 들어선 경우는 없으셨나요?

아니면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일부러 전용도로를 이용한 적은 없으십니까?



사륜차와 긴급자동차인 이륜차는 고속도로와 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놓고,
다른 모든 이륜차는 같은 도로를 통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히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해야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법이 엄연히 실정법으로 세도를 부리고 있으므로 법 테두리 안에서
엉터리 조항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겠습니다.



저는 현직 경찰관이고 이 글을 쓰는 목적이 법을 위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님을 밝힙니다.
법은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이륜차를 운전하는 국민도 자신의 권리를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입니다.
같은 취지의 글을 이전에도 올렸었는데, 그 후에도 경찰에 단속되어 벌금 30만원을 냈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시 글을 올립니다.

먼저, 이 글의 내용을 적용하려면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이륜자동차(125cc를 초과하는
이륜차)를 운전하여 고속도로(전용도로)를 주행한 경우여야 하며,
원동기장치자전거(125cc이하의 이륜차)는 해당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지금 헌법재판소에서는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전용도로) 통행을 제한하는 법이 위헌인지
여부를 심사하고 있습니다. 헌법소원을 낸 지 1년이 지났으니 몇 개월 내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으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그러니 다른 법을 위반하거나, 고속도로(전용도로)에서 125cc 엑시브를 운전하다가
단속이 되었는데, 이 글의 내용을 적용하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63조는 이륜차 중에서는 긴급자동차에 한하여 고속도로 등에
통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처벌규정은 같은 법 제154조 6호에 있는데
"3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 하도록 하였습니다. 여기서 과료가 규정되어
있지 않음을 주목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신호를 위반하면 도로교통법 제5조를 위반한 것이고,
처벌규정인 같은 법 156조 1호에 의거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과료 규정이 있으므로 경찰관이 신호위반을 인정하는
사람에게는 현장에서 6만원짜리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하는 것입니다.

이륜차의 고속도로(전용도로) 통행에 과료 규정이 없다는 것은 현장에서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식으로 형사입건하여 벌금에 처 하든지, 아니면
즉심에 회부하여 벌금 혹은 구류를 살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양자 모두 불구속
수사 대상입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214조의 규정을 살펴보면 "다액 50만원 이하의 범죄에 해당하는
현행범인의 경우 주거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속도로(전용도로) 통행은 벌금이 30만원 이하이므로 여러분이
단속 공무원에게 면허증을 제시하여 주거를 확인시켜 준다면 체포를 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면허증을 제시하는 것으로 체포를 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내용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삼패삼거리에서 일행을 만나 투어를 가기로 하였고, 전용도로인
강북강변로를 주행하다가 단속에 걸렸다면, 면허증만 보여주고 다시 삼패삼거리로 가서
투어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여러분이 다른 중한 죄의 현행범으로 체포된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경찰은 여러분에게 수갑을 채워서 경찰서에 호송할 수도 있고, 48시간 동안 영장없이
조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현행범인이 체포에 저항하면 그 저항의 정도에 따라서
경찰장구를 사용할 수 있으니, 현행범인 체포를 고지하는 경찰관에게 저항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면허증을 제시하면 체포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분이 알아야할 권리입니다.
그리고 전용도로를 주행하다가 경찰의 단속에 걸려서 2만원짜리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
받았다고 하는 회원들이 있는데, 그것은 경찰이 형사입건 대상자를 격하처리 한 것이며,
정상적으로 처리한 것이 아닙니다.

혹시 여러분이 '안전모미착용' 등의 다른 위반행위를 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했다면, 현장에서 경찰관이 '안전모미착용'은 단속을 하고
'전용도로 통행'은 정상을 참작하여 훈방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고속도로(전용도로)를 탔다는 이유로 단속이 된다면 기꺼이 면허증을
보여주고 현장을 떠나십시요. 현장에서는 면허증을 제시하는 것 이외에 어떤 진술도
하지 말고, 나중에 경찰서에서 출석요구를 하면 그때 출석하여 진술을 하겠다고 말하십시요.

혹시 경찰관이 "현행범이므로 체포하겠다"라고 엄포를 놓는다고 해도 겁먹지 마시고
"전용도로 통행이 3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죄이므로, 면허증을 제시하여 주거를
확인시켜 준 이상 체포를 하면 불법체포에 해당하며 반드시 불법체포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겠다"라고 답변하시면 됩니다.

여기까지가 단속 현장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방법이 되겠습니다.

다음 단계의 행동방법은 잠시 후에 올리겠습니다.

앞서 1편에서 말씀 드렸듯이 고속도로(전용도로)를 주행하다가 단속된다면, 현장에서는
면허증만 제시하고 진술은 나중에 출석요구서를 보내주면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겠다고 말하십시요. 단속 경찰관이 여러분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적발보고서를 작성하여 경찰서 담당부서에 보낼 것입니다.

경찰서에서는 담당 형사가 순찰 경관이 보내준 적발보고서를 참고하여 단속 대상자에게
날짜와 장소를 지정한 출석요구서를 발송합니다. 경찰서에서 발송한 출석요구서를
받으시면, 그 서류에 적혀 있는 담당 형사에게 전화하여 최대한 출석 기일을 늦추십시요.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위헌심판의 결정이 날 때가지 늦출 수 있다면 좋겠지요.

부득이 출석을 할 수밖에 없다면, 이륜차를 차별하는 도로교통법 63조가 위헌임을
주장하십시요. 여러분이 어떻게 주장하든 경찰관은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입니다.
그리고 검찰에서는 통상 30만원에 약식기소 할 것입니다.

검찰에서 보내는 약식기소 통지서에는 언제까지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안내문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지체없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십시요. 정식재판을 하자면 시일이
그만큼 더 걸리니 재판 도중에 현재 진행중인 위헌심사의 결정이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한 후에는 관할 지방법원에 가서 담당 재판부에 "위헌심판재청요청서"를
제출하십시요. 담당 판사가 피고인에게 적용된 도로교통법 제63조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재청을 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을 흘러갈 것이고, 담당
판사가 위헌재청을 한다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날 때까지 재판은 중지될 것입니다.

담당 판사가 피고인이 낸 위헌심판재청요청에 대하여 이유 없다고 기각한다면, 피고인은
그 기각 통지를 받은지 30일 이내에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을 낼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헌법소원을 제출하면 새로운 위헌심판 사건이 진행될 것입니다.

이 땅에서 이륜차를 운전하는 것은 차별과 냉소적 시선을 감수하여야 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또한 어느 정도의 편견은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률로 이륜차를 운전하는 국민을 차별하고 있다면, 그 법은 이미 법으로서의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도로교통법 제63조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부산, 대구, 속초, 광주에서
준법결의대회 및 위헌촉구 집회를 여는 등의 합법적인 투쟁을 하고 있으니, 곧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려주리라 기대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