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모델명 분석
모터사이클은 자동차보다 더 그 종류나 모델 수가 천차만별이다.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개발도상국들의 제품가지 포함한다면, 지구상에 천여종이 넘는 모델들이 상용화
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처럼 많은 종류의 모터사이클의 이름들은 어떻게 지어지는 것일까.
자동차도 마찬가지겠지만, 개별적인 모델의 개성을 마케팅적 관점에서
소비자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이름을 붙여주는 작업은 상당히 고된 머리싸움이다.

이미 웬만한 보통명사들은 모터사이클 뿐만 아니라 자동차 모델명으로 쓰여지고 있는
형편이고, 게다가 대부분이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언어로
모델명의 의미를 재해석했을 경우, 문화의 차이나 종교적인 이유로 인해 금기된
용어나 오해의 소지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정하기가 힘들다.

기존의 모터사이클 모델명들을 한번 정리해 보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모델들은 상당수가 힘과 스피드를 상징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씩 들여다보면, 먼저 모델명 중에는 기후에 관련된 것이나 자연재앙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Firestorm, Lightning과 ,미풍을 의미하는 Zephyr 등이
그것이다.

지리학적인 소재도 있는데, 자금란으로 올해 아프릴라아사에 합병된 모터구치사는
전형적인 이태리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모델명을 Florida, California 등
미국지명을 딴 것이 많다. 미국시장을 겨냥해서 투어링 머쉰들의 대부분이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어진 것이다.

모터사이클 모델 중에서는 상당수가 종종 동물이름에서 가져온 것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 힘과 스피드, 위엄을 상징하는 이국적인 동물의 이름인 경우가 많은데.
매를 상징하는 Hwak, Hayabusa, 말벌을 의미하는 Hornet,그 밖에도 Tiger,
Skorpion, Mammut(맘모스), Mastiff(사납고 큰 개의 품종)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한발짝 더 나아가 동물이름을 포함한 합성어로 이루어진 것들도 있는데,
혼다사의 XX Blackbird, 야마하의 Thundercat 등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는 점은 Thundercat은 직역하면 '천둥고양이'를 뜻하는데, 비교적 조용한
고양이의 특성과 천둥이라는 명사의 조합이, 흔히 폭풍같은 이미지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야마하의 바이크에 적절한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위압감을 상징하는 경우에는 또 영어로 지배자란 뜻을 가지고 있는 Dominator,
침입자를 의미하는 Intruder가 있으며, 반면, 속박되지 않은 자유를 상징하는
Bandit(무법자), Drofter(방랑자)와 같은 것들도 있고, katana, Ninja와 같이
무기나 전쟁용어를 소재로 한 경우도 있다.

가끔 몇 가지 모델들은 Le Mans, Daytona 등 명망 있는 모터사이클 레이스
경기장의 이름들을 따온 경우도 있으며, Pegasus, Zentaurus 등 전설이나
신화에서 소재를 가져온 모델명들도 있다.

보통명사 이외엔 알파벳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지배적인데, 굳이 그 뜻을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지만, 가끔 감이 잘 안오는 것들이 많아 구별하기 까다로운
경우가 종종 있다. 누가 알까, KART가 Kwang Yang Active Riders Terminal의
약자라는 걸..

언제부턴가, 모터사이클 모델명에 R이란 알파벳이 붙으면 스포츠바이크를 상징하게
됐다. 요새의 일본 제품을 보면 RR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는지 심지어
RR-R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복잡한 알파벳의 조화로 이루어진 모델명을 뽑는다면,
아마도 중국의 Tianjun K100W540-200이라는 게 아닌가 싶다.
언뜻 보기엔 무슨 기계의 부속품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모터사이클 이름 중에는 이처럼 가끔 어원자체가 이해가 안가는 것들이 많다.
야마하의 XVZ 13TD가 도대체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대만의 스쿠터 제조업체
KYMCO가 무슨 뜻인지 아무도 우리에게 가르쳐 주지 않는다.
스쿠터 이름 중에서 Dink가 또한 그런 예이다. 아마 Double income, no kids의
약자인 딩크족을 말하는 것 같다. 소위 딩크란 말은 슬랭영어로 자녀가 없는 젊은
맞벌이 부부를 상징한다.
야마하의 스쿠터 Let's도 만족할 만한 모델명의 어필이 잘 안 잡히는 경우다.
개인적으로 꼬리를 덧붙이자면 Let's buy a Yamaha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작은 스쿠터의 경우는 Zip, Fizz와 같이 대부분 짧고, 스마트한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 반면 비교적 고배기량의 스쿠터의 이름은 Royale, Majesty와 같이 묵직한
이름들을 갖고 있다.

요새 가끔 미래형의 이름이랄까, 조금 파격적인 이름들이 모터사이클에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인터넷 용어인 혼다사의 스쿠터 @125가 그 좋은 예이다. 사실 @란
인터넷 문자는 혼다 전에 이태리 Gilera사가 H@K라는 이름으로 먼저 사용한 바 있다.

천여종이 넘는 모터사이클 모델명들의 정확한 장르를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어불성설이고, 아직 누구도 시도 안해본 작업이지만, 이와 같이 개략적인 큰 줄기를
잡아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