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구정때 정말 쌔끈한 경험을 했습니다..emoticon_011
제 아버지는 가끔 제 외가댁에서 디젤 '면세유'를 가져 오시곤 합니다.
그런데 내가 집에가는 명절날이면 꼭 그때 저에게 가져오라 하십니다.
역시 이번에도 외할머님께 세배 인사 드리러 가는김에 그 면세유를 가져오게 됐지요.
보통 한 번 가지러 갈때면 한말 짜리 통을 열통을 가져갑니다.
요번엔 어머니, 와이프, 여동생을 태우고 가기에 무쏘 드렁크를 쏵 비우고
통 열개를 가득 싣고 떠났죠...
외가댁이 보성인데 그곳 바닷가에서 공직 생활을 마치고 노년을
고기 잡으며 보내는 외삼촌이 계시는데 그 분에 면세유를 불법으로 얻어옵니다.emoticon_107
외가댁에 도착해서 삼촌과 평소대로 남들 눈을 피해 통 열개에 디젤을 가득 채우고
드렁크에 모두 실었습니다.
그리고 뒤 서스팬션을 보니 평소에 절반은 낮아졌더군요. ^^;
디젤 한드럼을 싣고, 나, 어머니, 와이프, 여동생 그리고 알콩이...
차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ㅡ_ㅡ;
차 안은 경유냄새로 가득하고....
해가 지기전에 출발하라는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우리는 저녁 식사까지 하고 여유 부리며 광주로 출발했습니다.
오는길에 눈이 아주 찔끔 떨어지더군요.
걍 무시했습니다. ㅡ_ㅡ
문제는 여기서 부터입니다.
평소 A라는 코스로 돌아오는데 이곳은 그리 경사진 도로나 산을 가로질러 가지않는
도로인데, 이날은 그만 A코스를 지나치고 B코스를 이용하게 됐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B코스를 가게 됐는데...이곳은 중간에 허벌라게 경사진 고개가 하나 있습니다.
이고개를 진입하는데 갑작이 눈이 허벌라게 내리더군요..
불과 2~3분이 지난 시간이기에 걍 고개를 올랐습니다.emoticon_005
이미 앞에도 많은 차들이 고개를 오르고, 뒤에도 많은 차들이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개 정상에 거의 다다를쯤 앞에서 차가 안가더군요.
약 10분이 지나서 다시 차들이 움직이고 고개 정상에 오르니
많은 몇대의 차들이 체인을 감고 있었습니다.
난 차에서 내려 도로를 발로 문질러 보았습니다.
emoticon_112"힉~"
약간 미끄럽더군요.
난 차에 올라타고 반대편에서 올라오던 승용차 운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emoticon_005"아저씨 내리막길 미끄럽나요?"
아저씨 왈~
emoticon_011"아~ 차들 내려가던데요~"
emoticon_099"근데 방금 중간에서 쏘렌토 한대가 미끄러져 배수로에 박혀있어요"
emoticon_055" 아~ 조때따~!"
근데 뒤에서 테라칸 한 대가 날 앞질러 용감하게 내려가더군요.
나도 용기를 내서 내려갔습니다.
이미 도로는 약 2센티 정도의 눈이 쌓였고..
난 슬금슬금 내려가다 브레이크를 슬쩍 밟았습니다.
그런데...
emoticon_055차가 아주 부드럽게 50센티를 '찌~익' 미끄러져 내려가더군요.
이미 상황은 골때리게 꼬여버렸습니다.emoticon_020
차에는 디젤이 한드럼통이 있고, 난 이미 내리막길을 진입했고,
뒤에는 수십대의 차들이 뒤엉켜 미끄럼 타기를 준비하고 있었죠....
그리고 그 내리막 경사가 대략 40도는 되었을 겁니다.
난 트렁크를 확보하기 위해 체인이고 뭐고 다 집에 두고 왔는데
이렇게 눈이 올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emoticon_007
첨에 용감하게 내려가던 테라칸도 저 멀리서 중간에 겨우겨우 멈춰서
숨을 고르고 있더군요..
정말 눈길 운전을 여러번 해봤지만 이번 경우에는 정말 대책이 안서더군요.
거기에 기름을 가득 싣고 있으니 그 무게와 부담감이란....
결국 나와 알콩이 빼고 모두 차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4륜구동으로 바꾸고, 더 눈이 쌓이기 전에 내려가야 겠다는 생각에
다시 차를 움직였습니다.
차 밖에서는 어머니와 와이프 그리고 여동생이 덜덜떨며 눈을 맞고 있었죠.
난 시속 1키로의 속도를 유지하며 최대한 가속이 붙지 않게 내려갔습니다.
한 10분이 지나니 대략 5미터는 내려온 듯 하더군요.emoticon_016
emoticon_101"하~ 띠바~ 이렇게 내려가면 해뜨기 전에는 내려가겠지"
라는 생각으로 내리막 코너를 돌아 약 50미터를 내려가니..
진짜 소렌토 한 대가 우측 머리를 도로 아래쪽 구덩이에 콕 박고
왼쪽 뒷다리를 들고 있더군요....emoticon_005
난 속으로..."여기까지는 무사했다~"라는 생각으로
또 쪼금씩 쪼금씩 내려 갔습니다..
그리고 약 40분이 지나서 겨우 안정권에 진입하고..그때서야 꽁꽁 얼어버린
세 여인을 태우고, 또 오면서 아버지께 욕 졸라 얻어먹고 겨우 새해 첫날을
마감했습니다.emoticon_117
아~ 띠바~ 체인이 이렇게 소중한걸 왜 그걸 두고 왔는지....
겨울에 꼭 차량으로 이동할땐 체인을 준비하세요.emoticon_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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